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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경험이 되는 요소 |
기억 이란?
- 직관적으로 볼 때 기억은 단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각각의 신경과학적 현상을 모아놓은 것이다. 박물관에 가는 경우,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과 연관된 뇌의 영역(의미기억semantic memory)과
박물관에 가는 행위 자체에 대한 기억(일화기억episodic memory)과 연관된 뇌의 영역은 다르다. 위키피디아에서 어떤 도시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명시적 기억)은 어떤 낯선 도시로 이주하고 나서 서서히 익숙해지는 것(암묵적 기억)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물리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또 다른 기억의 별개 형태(절차기억)로 간주된다. 필기체를 연습한다거나, 주로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노트를 작성한다고 해보자. 내가 연습한 실제 환경에 대해서는 잊는다 해도, 이런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경험이 기억이 되는 순간
- 어떤 사건이 기억되려면 먼저 암호화되어야 한다. 뇌가 어떤 사건을 인상(impression)으로 바꾸는 과정을 신경과학자들은 암호화라고 한다. 암호화는 행위고, 인상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물질이다.
인상은 뇌의 중심부에 있는 해마에서 강화되고, 나중에 뇌의 가장 크고, 가장 바깥쪽에 있는 피질(cortex)이라는 영역에서 통합된다. 경험이 기억이 되려면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뇌를 변화시켜야만 한다.
모든 사건이 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놀라운 경험을 했는데도(예를 들어 과음을 해서)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경험은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알코올이 강화과정을 방해한 탓에 뇌에 아무런 인상을 남지기 못한 것이다.
인상이 남지 않으면 기억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을 촉진시켜 주는 요소는 있다.
1) 주목
-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사람의 정신 상태는 암호화 여부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기억이 생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암호화의 첫 번째 촉진되는 요소는 '주목' 자체다.
주목은 어떤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거나 혹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상태가 아니다. 주목은 하나의 스펙트럼 상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스펙트럼은 대부분 여러 가지로 분산되어 있다.
- 콘서트나 공연 같은 행사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아마도 상당수의 관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행사 내용을 녹화할 것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행사를 경험하는 것은, 우리 앞에 펼쳐지는 행사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렌즈의 배치, 화면 녹화에 주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콘서트 같은 행사를 녹화하면 실제로 행사를 단순히 보기만 했을 때보다 훨씬 기억이 남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 기억을 분석한 유사한 연구에서도, 사진을 찍었을 때 기억이 훨씬 적게 남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경험할 대는 우리 앞에서 펼쳐지는 사건에 전념했을 때보다 주목하는 힘이 떨어지며, 기억이 암호화되는 정도도 줄어든다.
경험을 디지털로 복제해서 저장하기 위한 도구가 경험 자체를 기억하는 우리의 능력에 손상을 준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기술은 실제로 마케터에게 복잡한 문제를 제기한다.
- 주목이 암호화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광고가 영화보다 비디오게임에서 크게 성공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수동적으로 등장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관찰한다. 하지만
비디오게임 플레이어들은 능동적이어서 자신의 아바타를 조종하는 데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이렇게 해서 높아진 집중력은 강력하고 성공적인 암호화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2) 마찰
- 주목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주목은 시각적 대비가 크고 기대를 깨뜨리는 자극을 받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떤 유형의 자극은 단순히 우리의 주의를 끌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더 깊이 주목하게 한다.
이런 마찰을 유도하는 자극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처리하기 약간 어려울 정도로 마찰을 유도하는 자극을 봤을 때 우리는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주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그것은 완벽하게 암호화되고 더 분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이 개념은 서체로 잘 설명될 수 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서체를 이용해서 인쇄한 다음, 그 이야기를 두 집단의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한쪽은 깔끔하고 읽기 쉬운 블록체로 되어 있었지만,
다른 쪽은 읽기가 다소 힘든 불규칙한 서체로 되어 있었다. 얼마 후 그 이야기에 관해 퀴즈를 냈다. 그 결과, 읽기 어려운 서체로 인쇄된 이야기를 읽은 학생들, 즉 마찰이 많은 상황에 처했던 한 학생들이 읽기 편한 서체로 인쇄된 이야기를 읽은 학생들보다 내용을 훨씬 잘 기억했다.
어떤 경험을 할 때 열심히 주목할수록 암호화되는 기억은 더 강해진다. 바꿔 말하면 기억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을 얻으려면 뇌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정보에 대한 마찰을 최대한으로 높인다고 해서 기억이 극대화되지는 않는다.
일이 너무 어려우면 뇌는 기억하는 것을 포기한다. 설사 기억이 있어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암호화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쉽고 어려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3) 감정적 자극
- 감정은 주목과 기억을 하나로 붙여주는 강력접착제 역할을 한다. 감정적인 경험은, 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무언가가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요하다면 뇌는 그것이 중요하며, 따라서 기억되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이처럼 감정적인 기억을 우선시하는 이유는 아마도 유전적인 중요성 때문인 듯 하다. 매우 감정적인 기억, 이를테면 동물에게 쫓기거나 산딸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던 기억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기억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어떤 사건에 '중요함!'이라는 딱지를 붙인 다음, 그 사건을 암호화하거나 강화를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 경험에 따라 기억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자동차 사고처럼 감정적으로 격앙된 경험이 자동차를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아무 사고 없이 갔던 지루하고 평범한 경험보다 더 잘 기억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은 어떤 경험에 얼마나 많이 주목해야 하는지를 비롯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리하여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감정은 우리가 주목하는 방식에 특성을 더해준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종류의 실험에 따르면, 부정적인 기분일 대 우리는 더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고,
긍정적인 기분일 때는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춘다. 방금 전에 입사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했어야 했던 혹은 하지 말아야 했던 말을 비롯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곱씹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면접 과정을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4) 음악
- 음악은 뇌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며, 음악기억은 가장 오래 지속되고 내구성 있는 형태의 기억 중 하나다. 음악 기억은 마치 겨울잠을 자듯이 우리의 기억 깊은 곳에 숨어버리는 기묘한 능력이 있다.
어떤 노래를 몇 년 동안 듣지 못했다고 해도, 다음에 그 노래를 들으면 선율과 가사가 다시 기억나는 경우가 많다.
- 음악기억의 지속성에 관한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치매를 앓는 환자에게서 볼 수 있다. 가족이나 익숙한 물건을 알아보지 못하는 말기 아츠하이머 환자도 자신이 알고 있던 노래를 여전히 기억하고는 한다.
어떤 경우에는 말하는 능력을 상실한 환자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음악 기억만의 고유한 힘은, 여러 해 동안 연구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음악기억이 견고한 이유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답은, 음악의 암호화가 뇌의 여러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음악기억은 주로 청각 영역과 관련되어 있지만 영상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과도 관련있다. 음악기억이 다수의 뇌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들 영역 중 한 곳에만 자극을 주어도 그 이억을 소환할 수 있다.
이것이 치매 환자들에게 음악기억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뇌의 한 영역이 손상된다면, 다른 건강한 영역에서 한가한 부분을 찾아내서 이론적으로는 '지원'해주는 것이다.
- 감정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상호작용을 하는 광고나 상업방송 등은 사람들의 뇌에 잘 저장되도록 설계되지만, 그것을 우리 머리에 맴돌게 할 수는 없다. 어떤 브랜드가 내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내 머리에 그 브랜드의 로고가 반복해서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광고 음악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결국 광고 음악은 청각적인 로고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이라는 광고 문구는 강렬하지만, 맥도날드의 '아임 러빙 잇' 처럼 머릿속에서 맴돌지는 않는다. 음악기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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