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감정의 관계 |마케팅

 

기억 감정 관계 

기억이 진화한 이유 


- 우리의 인지적 무의식은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늘 주시하고 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2) 그렇게 얻은 정보를 가지고 앞으로 참고할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다. 


매뉴얼의 목적은, 우리에게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가늠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기본적인 물리적 안전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길 건너기 전에 이쪽저쪽을 살펴야 한다, 밤에 젖은 머리로 밖에 나가면 감기 걸린다 같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다층적이며 종잡을 수 없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의 안전도 포함된다. 

인지적 무의식과 기억 


- 감정이라는 파트너의 도움이 필수다. 어떤 사건에 앞으로 쓸모 있을 만한 정보가 들어있다 싶으면, 감정은 인지적 무의식에게 그 사건을 꼭 기억하라고 알린다. 그리고 그 밖의 사건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스르륵 잊히게 한다. 안타깝게도 압도적인 대다수의 사건은 잊힌다. 


기억이 진화한 이유는 온갖 사실을 담아 두기 위해서도 아니고, 옛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에 젖기 위해서도 아니다. 감정과 마찬가지로, 기억이라는 생물적 메커니즘도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진화했다.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나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니까. 의외의 사건만큼 경계해야 할 대상도 없다. 

기억은 우리를 추억에 적제 해 주려고 진화한 것이 아니다. 기억의 유일한 진화적 기능은, 개체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언제 일어날지 그리고 일어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인지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다 그 목표가 워낙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니, 어찌 보면 거의 기계적 작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완벽히 최적화되고 개인화된 알고리즘 같은 건가 싶기도 한데, 꼭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황당한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과 달리, 우리 뇌의 알고리즘은 훨씬 더 정확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인간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뇌는 태어나면서 부터 안정적인 패턴을 찾는다 


- '내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면 저 상냥한 사람이 와서 나한테 맘마를 주는구나. 알았어' 이런 식이다. 믿을 만한 패턴을 발견하고 나면, 암묵적으로 그렇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러다가 기대했던 패턴이 어긋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감정이 일어난다. 

우리 뇌는 '일어날 줄 알았던' 사건의 기억을 즉시 끄집어내서 '왜 안 일어났는지' 궁리한다. 그리고 관련된 기억들을 뒤적여 가며,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판단하려고 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우리 뇌는 매 순간 끊임없이 앞일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자동으로 벌인다. 


감정이 기억을 만났을 때


- 감정은 우리가 앞날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존재다. 그래서 무엇이 안전하다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정보가 새로 입수되면, 감정이 일어나 그 정보를 장기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해 준다. 


예를 들어, 내가 제출하기로 한 보고서는 제출하지 않고 서류철만 계속 정리한다면 상사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깨달았다고 하자. 그러면 감정이 일어나면서, 세세한 이름이나 날짜나 아침에 먹었던 메뉴처럼 중요하지 않은 온갖 사실은 뒤로 제치고 중요한 정보를 귀빈처럼 장기 기억 속으로 모시게 된다.  


편도체는 과거에 저장된 기억을 비롯한 대뇌변연계의 여러 구조물과 합세해 우리 눈앞에 있는 사물의 감정적 중요성을 판단한다. 아군인가 적군인가 짝짓기 상대인가? 먹을 것인가 물인가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일상적인 것인가? 통나무나 먼지 보풀이나 바람에 나뭇가지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중요치 않은 것이라면 아무 기분도 느껴지지 않고 대개는 무시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라면 즉각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된다. 


- 감정이 강할수록 기억은 오래간다. <신경 생물학 최신 의견>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글에서, "감정과 결부된 사건의 기억은 그 지속성과 생생함이 여타 기억과는 확연히 다른 듯하다." 그건 대체로 잘된 일이기도 하다. 

감정이 짙게 밴 기억은 비함리적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대단히 합리적이다.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책에서, 

인간의 감정은 뇌세포의 예측에 근거한다. 뇌세포는 대단히 유연해서 끊임없이 서로 간의 연결을 조절해가며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실수를 할 때마다, 또 무너가 새로운 것을 마주칠 때마다, 우리 뇌세포는 거기에 맞춰 변화하느라 바쁘다. 


- 무의식적으로는 완전히 다르게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 뇌는 일단 연결되고 나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 바뀔 수 있다. 우리에게 바뀌는 능력이 없다면 불가치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겠는가? 


좋은 소식은 우리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그게 진짜,진짜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가피한 요인으로 인해 꼭 바뀌어야 할 때만 바뀌는 경향이 있다. 즉, 뭔가를 새로 겪고 나서, 생존하려면(집단 내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면) 변화가 '필수다' 싶을 때만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나름의 경험을 통해 무언가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을 우리가 바꿔 주려면, 상대방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자기가 그때까지 옳다고 느꼈던 것을 단박에 되돌아보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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