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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 결과로 가는 길 |
복선에서 결과로 가는 길 만드는 법
- 뭔가를 예측해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더군다나 독자들은 복선에서 결과에 이르는 길이 서서히 밝혀지는 것을 사랑한다. 결국 읽기의 즐거움이란 깨닫고, 해석하고, 점을 잇는 과정을 통해 몰랐던 어떤 그림을 발견하는 데 있다.
1. 실제로 '길'이 있어야 한다
- 이 말은 복선이 결과에 지나치게 불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를 독자가 알게 되는 순간 문제가 해결되어버리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긴장을 풀어버리고 갈등을 잠재우며, 서스펜스를 없애버린다면, 독자가 무엇을 예측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에이미의 앞니가 성공적으로 붙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순간, 독자는 어젯밤 모리스가 격렬한 카드게임 도중 실수로 에이미를 쳤다는 사실과 치과의사가 응급 수술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에미미가 평생 간직해온 꿈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알게된다.
그랬다면 다음 날 아침 에이미는 '미스 퍼펙트 스마일 콘테스트'에 앞니 없이 출전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에이미한테는 잘된 일이지만, 독자에게는 지루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그 자리, 에이미의 앞니가 빠지던 순간에 거기 있었다면 느꼈을 긴장과 갈등, 그리고 서스펜스를 상상해보자.
'미스 퍼펙트 스마일 콘테스트'는 앞으로 6시간도 채 남지 않았고, 새벽 1시에 어디서 문 연 치과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에이미와 모리스의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2. 길이 펼쳐지는 '과정'을 독자가 반드시 볼 수 있어야 한다
- 이 과정이 페이지 밖에서, 즉 비밀리에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들이 복선과 결과 사이의 과정을 장막 속에 감춰놓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모두가 알고 있듯, 커다란 반전을 위해서
2) 스스로도 뭘 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 이 경우 작가들은 그저 그럴듯한 스토리라인만 만들어 놓고 독자에게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도록 맡겨버린다. 그런 다음 중요한 결과가 나타날 때 즈음에 맞춰, 그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작가들은 종종 자신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독자를 얕잡아 봐도 된다는 잘못된 착각에 빠져 있으며, 따라서 이야기의 대부분은 작가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게 된다.
3) 때때로 작가들은 패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독자에게 '말해주는' 일에 무의식적으로 인색하다. 작가로서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누가 누구에게 진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등. 하지만 문제는 독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3. 결과는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 여기서 불가능이란 '일단 도전해보자. 실패하더라도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거야'에서의 불가능이 아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을 말한다. 주인공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결코 하지 않을 일을 뜻하는 불가능 말이다.
그런데 작가가 어떻게 이걸 놓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작가가 어느 시점에서 주인공이 한 발짝 더 내딛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먼저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가로서는 귀찮게 끝까지 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왜 그래야 하는가?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 독자는 주인공이 씁쓸한 결말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독자에 대해 아는 단 한 가지는, 그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일단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독자는 자신의 상식에 비춰서 그 타당성을 시험한다. 따라서 독자는 주인공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리고 작가가 하지 않은 어떤 것을 발견한 순간(특정한 결과가 도무지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때) 독자는 떠난다.
예를 들어, 노버트는 유치원 때부터 베시를 남몰래 사랑해왔다. 베시는 시각 장애인이라 앞을 전혀 보지 못하며, 안타깝게도 노버트를 좋은 친구 이상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제 베시는 하버드대에 진학해서 노버트에 대해서도 잘 아는 동향 친구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있다.
외로워진 노버트는 계획을 짠다. 그도 하버드에 지원해 입학한 다음 영국식 억양을 써서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베시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미 노버트가 거기까지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전에 하버드 입시에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로서는 노버트가 애써 연습한 영국식 억양을 써보기도 전에, 베시의 룸메이트들이 금세 노버트를 알아보고, 베시에게 그의 정체를 말해줄 거란 사실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 즉, 작가는 자신의 인물들이 하려는 일이 타당하고 이치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들이 실제로 그 일을 하기 전에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 결국은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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