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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 예측 스토리구성 |
복선부터 예측까지
- 우리의 뇌는 임의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거기에 어떤 규칙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무작위가 아닌 것은 패턴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열정 뿐이다. 누군가에게 빠져 넋을 잃고 있을 때조차도
우리는 구름 속에서 그 사람의 얼굴을 발견해내곤 한다. 이렇듯 이야기는 우리가 시선을 둘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 많은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삶의 패턴이 작동을 멈추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건 바람직한 일이다.
누군가의 관심을 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패턴을 깨는 것이다.
-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먼저 패턴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독자로서는 모든 것이 패턴의 일부다. 그리고 독서의 짜릿함은 바로 이런 패턴들을 알아채는 데 있다. 게다가 독자는 이야기의 모든 면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말이다.
가끔은 작가들은 이 정도 수준의 이야기는 단순한 플롯에 불과하다고 치부해버리고는, 대신 미묘한 뉘앙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건 마치 아직 굽지도 않은 케이크 위에 설탕 장식을 올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독자들이 뉘앙스를 즐기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찾고 있는 선명한 패턴을 밝히고 심화시키지 않는 뉘앙스는 빈 집에 붙은 예쁘장한 창문 장식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독자들이 매우 까다롭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독자들은 구체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그들 자신은 대개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뇌는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 책을 덮고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 독자의 가장 원초적인 기대 중 하나는
무엇이든 새로운 패턴의 시작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면 이는 복선이어야 하고,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결과 역시 있어야 한다는 기대다. 복선에서만큼은 독자는 와성한 식욕을 지니고 있다. 복선은 독자를 흥분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예측'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 복선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에 일어날 일을 기대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여러 가지를 연관 지어 도달한 통찰을 통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기분을 더 좋게 한다.
복선이란?
- '복선' 이란, 단어의 뜻 그래도, 이것은 미래의 행동을 암시하는 어떤 것(사실, 행동, 사람, 사건)을 의미한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복선은 결과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독자에게 필요한 하나의 작은 정보다. 그래야만 결과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제임스가 스와힐리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복선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시내 한복판에 떨어질 운석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이 스와힐리어로 적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제임스가 그 언어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하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작가가 1장에서부터 제임스의 외국어 능력을 알려주는 '진짜' 이유를 독자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스와힐리어 능력이 빛을 발하기 전까지는 이야기 전개에 걸맞은 다른 이유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 입장에서 이 사실은 눈에 빤히 보이는 생뚱맞은 복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너무 주지 않아서 독자를 감질나게 하는 것과 너무 많이 줘서 서스펜스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그게 그거다.
그저 독자로 하여금 의심하게 하라. 그러면 독자는 당신에게 푹 빠질 것이다.
대부분의 복선은 조금 더 복잡하다
- 중요한 것은 시작부분에서 복선을 발견한 독자가 예측하는 결과는 옳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 복선의 '진짜' 의미는 오직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뒤에야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밝혀진 결말은 반드시 불가피한 것이어야 한다.
이 진실을 피할 길은 없다. 독자에게 이야기 속의 모든 것은 복선이거나 결과, 혹은 그 사이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복선이 아닌 것들
- 독자들은 항상 패턴을 찾는다. 따라서 독자가 본선이 아닌 것을 본선으로 착각하거나, 더 나아가 뭔가를 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건 마치 칸막이 옆자리의 섬뜩한 남자가 당신이 그를 무시하는 방식이 자신을 남몰래 사랑하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내버려두면 그는 당신이 굉장히 싫어할 만한 일을 할 것이다. 이야기에서 이것은 작가가 잘 지어놓은 건축물 속으로 엉뚱한 정보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잘못된 패턴 찾기는 작가가 의도한 길에서 독자를 멀어지게 만든다.
- 독자의 인지적 무의식은 이야기 속의 모든 것들이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거기 있다고 생각하며, 작가가 제공하는 모든 것이 어떤 패턴의 일부일 거라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각각의 사건, 정보, 행동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믿기 때문에,
쓸데없는 이야기나 불필요한 사실들을 복선으로 오해하는 일은 그들에게 놀랄 만큼 쉽게 일어난다. 만약 그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잘 연결이 되지 않으므로 독자는 '나중에' 이것이 더욱 중요해질 거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이 잘못된 복선에 기대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의미를 파악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라라는 주인공이 있다고 하자. 그녀는 남편 루에게 옆집 사는 베티가 껄렁한 데가 총까지 들고 다니는 남자 친구를 하루 종일 큰 소리로 질책했다는 얘기를 한다. 작가의 원래 의도는, 노라가 그로 인해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남편을 도울 수 없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뭐? 베티 남자 친구가 총을 들고 다닌다고? 그 친구는 분명 불쌍한 노라네 강아지의 실종과 관련이 있을 거야.
그리고 참, 노라의 여동생 캐시는 어떻게 됐지? 캐시는 베티네 집에서 저녁을 먹은 밤 이후로 도통 등장하지 않던데, 그러면 혹시....
- 더 나쁜 경우는, 독자가 그 정보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퀘이커 교도 마음에서 총을 들고 다니는 불량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독자들은 노라와 루의 강아지에 대해 계속 읽어나가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이 총 든 사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기느라 뒤처지게 된다.
인간은 눈앞의 목표와 관계없는 정보를 걸러낼 수 없다
- 즉, 독자가 마음속으로 베티 남자 친구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그 페이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중요성은 점차 사라져 간다는 뜻이다. 이건 마치 굉장히 강한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놓치게 되는 일과 같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선천적인 것이다. 뇌는 특정한 이야기가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준다고 믿는 경우에만 '오프라인'이 되도록,
즉 현실 세계를 무시하고 허구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번 이야기에 빠져들면 뇌는 스위치를 눌러 실제 현실을 차단하지만, 이 믿음이 깨지는 순간(즉 복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현실은 홍수처럼 다시 쏟아져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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