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첫 문장부터 다음일이 궁금하게 하라 |독자를 사로잡는 법

 

독자를 사로 잡는 법 


독자를 사로잡는 법


인간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의 형태로 사고한다. 


-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 모든 지혜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전달하며, 설득하고, 강요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에 직면했고, 해법을 찾아냈다. 스토리텔링이 답이다. 이야기야말로 뇌가 은연중에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야기가 인간의 모든 사회와 문화를 퍼뜨린 도구라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우리는 '이야기'로 사고한다.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이야기는 인간을 둘러싼 이 어마어마한 세계에 전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즉, 뇌는 유입되는 모든 정보로부터 끊임없이 의미를 찾고, 생존을 위해 중요한 정보들을 뽑아낸다. 

그리고 과거에 겪었던 경험, 지금 느껴지는 감정,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토대로 해서 그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뇌는 단순히 모든 것을 선착순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다음 자신의 경험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편집해서 재구성한다.


기억과  생각과 사건 사이에 논리적 상관관계를 만들고 지도를 그려, 미래에 언제든 다시 참고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다. 이야기는 '경험의 언어'다. 내 경험이든, 타인의 것이든, 허구의 주인공들 것이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만큼이나 중요하다. 

스스로의 경험에만 의존해야 했다면 아마 우린 아직 아기옷을 벗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들에게 의미하는 2가지


1, 신경과학자들은 이미 과부하 상태인 뇌가 그토록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할애해서 우리를 이야기에 빠지도록 만드는 이유가,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도 끝장나기 떄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아주 강렬한 경험을 실제로 겪지 않고,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야기는 우리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탐구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최종 리허설 같은 수단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이제 이야기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잘 사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2. 우리는 이야기를 간절히 원할 뿐 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구체적으로 뭔가를 기대한다. 여기서 문제는 평균적 독자가 그 기대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물어봐도, 기껏해야 독자는 그것이 도무지 수치화해서 말할 수 없는 어떤 것, 

형언할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이야기의 마술적 힘이라고 겨우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답은 그런 직관에 반한다. 우리의 기대는 자신을 이 지구에서 무사히 살아가도록 해주는 이야기의 능력과 같은 관련이 있다. 

그러기 위해 그 기대를 잠재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정교한 이야기의 틀, 즉 분명한 목적을 가진 누군가를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 속으로 밀어넣고, 그 안에서 헤매도록 하는 틀로 걸러낸다. 



이야기가 우리 뇌의 기준을 충족시킬 때, 비로소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다. 안락한 거실 소파에 앉아 앞으로 그에게 어떤 어려움이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야기란 대체 뭘까? 


-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그저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야기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도 아니다.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드라마틱한' 사건 역시 아니다.


이야기란, 달성하기 어려운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나중에 그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를 문학용어로 바꾸면 이렇다. 


- '일어나는 일' = 플롯이다 
- '누군가' = 주인공
- '목표' = 독자가 품게 되는 가장 주요한 질문이며, 
-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는가'가 실제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 이야기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아닌, 우리 자신의 변화에 관한 무엇이다. 이야기가 우리가 플롯을 따라 나아가게끔 허락해야만 우리는 그것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는 결코 외부로의 여행이 아니다. 이야기는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이야기의 모든 요소

- 이야기의 모든 요소는 이 단순한 전제에 기초해서, 모두 한목소리로 독자에게 더 선명하고 명확하며, 훨씬 재미있는 현실을 창조해 내기 위해 기능하낟. 왜냐하면 이야기는 인지적 무의식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으로 부터 주의를 빼앗는 모든 것을 걸러내는 일, 실제로 이야기는 그 일을 더 잘 해내는데, 이유는 실생황에서는 우리를 성가시게 방해나는 모든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오직 하나의 사건에만 집중해서 말이다. 당신의 주인공이, 당신이 교묘히 만들어 놓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문제가 독자가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가, 첫 문장에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결정한다. 


상황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방법


- 신경과학자 조나 레러의 말을 빌리면 '놀라움' 보다 우리 마음을 더 잡아끄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집어들었을 때 가장 원하는 것은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듯한 느낌이다. 누군가의 삶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너무 가깝지는 않은 어느 시점에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을 바라는 것이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은 문제가 진행 중일 뿐 아니라, 아주 오래되었으며 곧 임계점에 도달하리라는 암시다. 즉, 이야기를 통해 땅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쫓아 숲 속 깊숙한 곳으로 점점 더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모든 소설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문장 속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로 '변화',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그 변화가 꼭 좋은 쪽일 필요는 없다. 

간단히 말해 독자는 이야기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다. 이야기가 우리를 사로잡으려면 단지 무언가가 일어날 뿐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가 거기 머무는 것은, 흥미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도파민 뉴런의 분비 때문이다.


그게 어떤 의미지?


- 독자는 중요한 정보를 하나하나 탐사하며 늘 궁금해한다. "이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을 살 수 있고, 물 없이 3일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이는 35초도 살 수 없다고. 그렇다. 

35초란 우리 뇌가 각종 정보를 분석하는 속도에 비하면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충동이다. 우리는 언제나 의미를 갈구하는 존재다.  



- 인간은 항상 표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 이면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다. 거기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유를 찾는 일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한다. 바로 호기심이라는 감정이다. 

뇌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본능이다. 그리고 그 본능은 우리를 더 큰 가능성으로 이끈다. 그리고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예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파민 분비로 인한 쾌감까지 맛보게 한다. 

독자로서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겨나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어떤 감정을 갖게 된다. 바로 한시도 더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급박함(urgency)'이다. 


통역이 필요할 때 


-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통 예상할 수 없을 때는 어떤 일이 생길까? 대개 아마 다른 읽을거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이야기의 첫 페이지도 이와 똑같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또 그것이 주인공에게 왜 중요한지가 와닿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읽지 않을 것이다. 즉, 주인공 없이는 모든 것이 중립적으로 되어버린다. 

그러나 삶에서, 또 이야기에서 중립적인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독자는 주인공을 가능한 한 빨리 만날 필요가 있다. 되도록이면 첫 번째 문단에서.


1)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 그다음으로, 반드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 페이지에서부터 말이다. 이것은 주인공이 영향을 받는 일이어야 하며, 독자가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에 관해 존 어빙은 이렇게 말했다. "가능하다면, 첫 문장으로 소설 전체의 이야기를 말해줘야 한다." 맞다. 적어도 목표로 삼아볼 만한 말이다. '큰 그림'은 독자에게 주인공이 이야기 내내 싸워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2) 무엇이 위태로운가?

- 갈등은 이야기의 생명줄이다. 겉으로는 아주 쉬워 보이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아무 갈등이나 다 갖다 붙여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갈등은 주인공의 여정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첫 문장에서부터 독자는 집요하게 무엇이 위태로우며, 그 일이 우리의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끊임없이 탐색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의 여정이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계속해서 위기에 처한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한다. 핵심은, 뭐든 위태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이것들이 모두 첫 페이지에서 나올 수 있을까?


- 독자가 죽도록 알기 원하는 사실에 명확한 영향을 주어야만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당하게 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결국 그 일은 주인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독자를 사로잡고 계속 읽게 하는 힘은 바로 도파민을 연료로 하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고 싶은 욕망이다. 이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럼 훌륭한 문장들은 어떤가요?  아름다운 시적 이미지들은요?


글쓰기에 관한 고상한 격언들이 왜 작가를 자꾸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믿음이 있다. '아름다운 글은 모든 것을 이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야기가 아름다운 글을 이긴다. 언제나' 이다.  


- 좋은 이야기를 쓰려면 무엇보다 '잘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믿음 만큼 작가들에게 위험한 것은 없다. 누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이 말은 아주 논리적이고 또 명확하다. 무엇이 이것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못 쓰는 법을 배우는 것? 

모순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못 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덜 해롭다. 이야기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아름답게 쓰인 문장을 나 역시 사랑한다. 그러나 혼동하면 안 된다.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이야기 쓰는 법'을 배우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잘 쓰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독자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잘 썼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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