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 이후 합리화를 한다 |마케팅 심리

 

선택 이후 마음 변화 

선택 이후의 마음 변화 


- 일단 무언가를 결정하고 난 뒤, 선택받지 못한 옵션들을 재평가하는 과정은 매우 놀랍다. 바람직한 두 곳의 일자리 제의나 휴가지처럼 동등하게 평가되는 두 가지 옵션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때부터 선택된 대안의 가치를 처음보다 더 강하게 확신하고, 폐기된 대안을 평가 절하하기 때문이다. 

자유선택 과제 실험 


- 이 분야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연구는 매우 특별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바나나와 땅콩을 좋아하는 털복숭이 동물은 꼬리감는 원숭이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자인 비교심리학 및 진화심리학 교수 로리 산토스는 예일 대학에서 원숭이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표는 많은 이들이 인간에게서만 나타났다고 여겨지는 행동의 양상들이 실제로 인간에게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털복숭이 조상에게서 유래한 것인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 원숭이도 인간처럼 선택한 품목들을 선택 뒤에 재평가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 원숭이들에게 여러 품목을 맞교환할 수 있는 '먹거리 장터'를 만들어주었다. 연구자들은 이 장터를 관찰하면서 꼬리감는원숭이들이 다양한 특식에 할당하는 가치를 금세 알게 되었다. 

예를들어, 시리얼 1회분은 쌀과자 다섯 개의 가치가 있었다. 과일젤리를 감은 마시멜로는 이 영장류에게 궁극의 진미로 여겨져서, 실험자가 시리얼 한 대접을 통째로 제시해야만 바꾸려 했다. 

또 꼬리감는 원숭이에게 초콜릿 씌운 바나나 특식은 사람에게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짜리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과 동급이었다. 땅콩 한 알은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쯤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들도 자신의 행위에 맞춰서 선호를 조정했던 것이다. 원숭이가 선택의 유도로 선호를 변경한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를 가리킨다. 원숭이에게 복잡한 합리화의 능력이 있다는 말이거나, 

아니면 재평가를 중재하는 과정이 비교적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낮은 수준의 과정이라는, 즉 고도로 진화한 인지 기제에 의존하지 않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기억상실증 환자 예시


- 2001년 하버드 대학 심리학자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는 기억상실증 환자들도 결정 뒤에 선호가 바뀌는지를 알아봤다. 대상이 된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해마에 손상을 입어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없는 환자들이었다. 

해마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도 2~3분 동안은 마음속에 약간의 정보를 담아둘 수 있지만, 그 정보는 조금만 주의가 흐트러져도 사라져서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추상화가 그려진 포스터를 제시했다. 


환자들은 지시대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부터 가장 마음이 덜 가는 그림까지 그림에 등급을 매긴 다음, 스스로 비슷하게 평가한 두 그림 가운데 한 그림을 선택했다. 30분 뒤,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연구자들을 알아보지 못했고, 

불과 반시간 전에 연구에 참여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어떤 포스터를 골랐고 어떤 포스터를 넘겨주었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포스터를 돌려주고 다시 순서대로 등급을 매기라고 하자, 

환자들은 자신이 그것을 선택했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자신이 선택했던 포스터에는 처음 매겼던 것보다 높은 등급을 주고, 거절했던 포스터에는 더 낮은 등급을 주었다. 이는 우리가 선택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그 선택이 우리의 선호를 바꿀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변화는 뇌 어디에서 일어나는 걸까?


- 이런 변화는 뇌에서 음식, 사랑, 돈과 같은 보상에 반응하는 부분이기도 한 미상핵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신경세포 덩어리인 미상핵은 그보다 더 큰 구조물인 선조체의 일부다. 

미상핵은 보상을 처리하고 보상에 대한 기대를 신호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곧 군침 도는 스테이크나 10만원을 받을 거라고 믿으면, 우리의 미상핵이 이 기대를 표시한다. 밑에서 방금 올라온 정보를 뇌의 다른 부분들로 방송하는 아나운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막상 먹어보니 스테이크가 퍽퍽하다면, 다음번 스테이크를 먹기 전에는 떨어진 가치가 추적되어 이전만큼 높은 기대를 갖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어떤 자극에 단순히 마음을 주기만 해도 그 자극에 대한 우리의 진정한 쾌감 반응이 변화함을 암시하는 것 같다. 

행위자의 힘  


- 무언가에 마음을 준 뒤 그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면,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 대신 선택을 하면, 가치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 즉, 결정하는 당사자가 아니었을 때는 선택 이후에도 옵션들을 재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자가 속임수를 써서 원숭이로 하여금 실제로는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자기가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면, 원숭이들은 동일한 재평가 성향을 보여주었다. 


- 인간도 똑같다. '선택된' 옵션에 대해 결정 단꼐 이전에 주었던 것보다 높은 등급을 주었다. 이 실험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면 설사 그것이 가상의 선택이라도, 설사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라도, 설사 진짜로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내가 골랐다고 믿을 뿐이더라도, 그것을 더 높이 평가하리라는 것이다.

결정이 선호를 바꾸는 이유 


-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비슷하게 바람직한 두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심리적 불안을 야기한다. 그 결정이 버려지는 대안의 바람직한 측면과도 갈등을 일으키고, 선택되는 대안의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과도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중형차 대신 미니쿠퍼를 사기로 결심하면, 그 결정은 중형차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 반면 미니쿠퍼에는 없다는 사실과 충돌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선택 이후에 옵션들을 자신의 결정과 일치하도록 재평가하면 심리적 긴장이 줄어든다. 


- 인지부조화 이론과 경쟁하는 다른 이론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게 '자기지각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관찰함으로써 스스로의 선호를 유추한다. 즉, 내가 빨간 신을 샀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내가 그것을 까만 신보다 더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째서 그 빨간 신발로 마음을 정했는지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방금 그것에 상당한 액수의 돈을 썼다는 사실은, 내가 그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뜻이어야 한다. 

또한 다른 신발이 여전히 진열대에 얹혀 있다는 사실로부터는 내가 그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결과, 선택한 빨간 신에 대한 나의 평점은 올라가고 포기한 검은신에 대한 평점은 낮아진다. 


- 자기지각 이론과 인지부조화 이론의 주요 차이점은, 부정적 각성의 느낌이 선호의 변화를 추동하는 열쇠라는 점이다. 반면 자기지각 이론에서는 부정적 느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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